서울대 보건대 연구팀 조사 복지부 '어르신 식생활지침' 잘 따를수록 치매 위험 낮아… 혈액 깨끗이 유지하는 데 도움
2012년 기준 치매 환자의 수는 약 54만명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약 127만 명, 2050년에는 약 271만 명으로 20년마다 치매 환자가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치매 환자는 늘고 있지만, 치매를 유전이나 뇌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해 예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치매는 식습관만 바꿔도 예방할 수 있는 병'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국영양학회지에 발표된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노인을 위해 제정한 '어르신을 위한 식생활지침〈표〉'을 잘 따르는 노인은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11년 7월부터 11월까지 60~91세 노인 27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식생활지침 실천도를 점수로 환산했을 때 치매 그룹은 51.8점, 정상 그룹은 56.6점이었다. 정상 노인군이 잘 지키는 항목은 '고기·생선·계란·콩 반찬을 매일 먹습니다' '다양한 채소 반찬을 매끼 먹습니다' '신선한 제철과일을 매일 먹습니다' '세끼 식사를 꼭 합니다' 등 식습관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많았다. 실험에 참여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효지 교수는 "식습관을 잘 유지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라고 말했다.
◇단백질·항산화물질, 뇌 노화 막는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고, 증상이 나타나기 15~20년 전부터 뇌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생긴다. 노화나 과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는 활성산소의 양을 증가시키고 불량 단백질(베타아밀로이드)을 뇌에 쌓이게 해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 비만이나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혈액이 끈적해져 혈전(피떡)이 생기면서 뇌에 있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힐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혈관성 치매가 생긴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좋은 식습관을 지키면 뇌를 망가뜨리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혈액을 깨끗하게 해 치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보건대 연구에서 정상 노인이 잘 실천한 '고기나 생선, 계란, 콩 반찬을 매일 먹습니다'는 의학적으로 치매 예방에 중요한 방법이다. 고기, 생선, 계란 등에는 단백질이 풍부한데, 이들 식품을 잘 섭취하지 않아서 단백질이 부족하면 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기 어려워지면서 치매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