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중앙교회, 10년 넘게 ‘365 우유 안부 캠페인’
독지가 도움으로 100가구에 우유 배달… 현재 250가구
여러 기업 후원받아 내년부터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
지난 2008년 서울 성동구 옥수동 ‘달동네’에 홀로 거주하던 금 모 어르신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금 어르신이 눈을 감은 다음 날 평소처럼 그의 집을 방문한 우유 배달원은 전날 넣은 우유가 그대로인 것을 보고 어르신의 집 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자 배달원은 금 어르신의 우유값을 지불하는 옥수중앙교회에 이를 알렸다. 급히 교인들이 금 어르신의 집을 찾았고 어르신의 시신은 빠른 시간 안에 유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었다. 옥수중앙교회에서 실시하는 ‘365 우유 안부 캠페인’이 진가를 발휘한 순간이었다.
최근 지자체와 기업에서 도시락과 밑반찬을 배달하며 안부를 묻는 사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 지역 교회의 오랜 선행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교회는 지난 2003년부터 ‘365 우유 안부 캠페인’을 전개하는 옥수중앙교회. 현재는 고독사 예방이라는 큰 목적을 두고 있지만 처음 옥수중앙교회에서 펼치는 캠페인은 독거노인의 영양을 챙겨 주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됐다.
캠페인은 홀로 사는 노인에게 매일 우유를 넣어 주고 이틀 이상 우유가 쌓이면 배달원이 교회로 이를 알려 안부를 챙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초창기에는 배달원이 직접 얼굴을 보고 우유를 건넸지만 어르신들이 매일 얼굴을 맞대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토로하면서 우유만 넣어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대신 교회에서 매달 무작위로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어 우유 배달 여부를 확인하면서 안부를 묻고 있고 2개월에 한 번씩 문안편지를 보내 독거노인들의 소외감을 줄이고 있다.
5년 간 우유를 받아 온 창 모(여‧75) 어르신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데도 매일 우유를 챙겨주고 안부전화와 편지를 보내줘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1년 부임한 호용한(58) 목사가 이 캠페인을 정착시키기까지 한 사업가의 도움이 컸다. 이 독지가가 3년간 매달 2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고 저소득 독거노인 100가구에 우유를 공급할 수 있었다. 약속한 3년이 지난 후가 문제였다. ‘365 우유 안부 캠페인’이 고독사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인정받았고 해당 어르신들의 호응도도 좋았기에 섣불리 중단할 수가 없었다. 이에 신도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십시일반 돈이 모여져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어르신에게 우유를 배달하는 사업은 많았지만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가량 운영되다 예산 등의 문제로 접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이 옥수중앙교회의 캠페인이 주목받는 이유다.
호 목사는 “신도들 대부분이 평범한 소시민임에도 불구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페인은 2012년 ‘배달의민족’ 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참여하면서 대상인원이 확장됐다. 우아한형제들이 참여한 건 회사를 이끄는 김봉진(39) 대표와 호 목사의 인연 때문. 옥수중앙교회 신도였던 김 대표는 자신의 회사 이미지와 어울리는 공익사업을 펼치는 교회에 2012년부터 매달 300만원씩 지원해 왔다.
김 대표는 “우유배달 사업은 자신이 전액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당시 사업 초기라 적자인 상황에서도 매달 약속된 금액을 송금했다. 특히 흑자로 돌아선 지난해부터는 지원금을 550만원으로 늘렸고 이를 통해 현재 성동구 지역 250여명의 저소득 독거노인이 매일 신선한 우유를 마시고 있다.
선행이 알려지자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내년부터는 지원대상이 크게 늘 전망이다. 옥수중앙교회와 기업들은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을 만들어 서울시 전역으로 캠페인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 1억원, 골드만삭스 2억원 등 현재까지 확보된 4억 원의 예산으로 내년부터는 1000가구에 우유가 배달된다.
호 목사는 “350가구에 우유를 배달하는데 연간 1억원이 소요된다”면서 “매년 25억원의 기금을 모아 서울시 각 구별로 350가구씩 우유를 보급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출처 : 백세시대 http://www.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