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팜뉴스] 정부가 10일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할인해주는 노인의 연령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2월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일할 수 있는 나이(가동연한)를 60세에서 65세로 올린 판결과 맞물려 정부가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과 같이 노인의 연령기준을 상향하려는 검토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발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안)에서 노인의료비 감면제도인 노인외래정액제의 적용 나이를 현 65세에서 단계적으로 70세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만 65세 이상 환자가 의원급(동네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때 총 진료비(건강보험 적용기준)가 1만5000원 이하면 1500원, 1만5000~2만원 이하면 10%로 할인해주고 있다. 이로 인해 노인들은 지난해 4696억원의 혜택을 봤지만, 건강보험 재정에는 여전히 부담을 주는 제도로 지목돼왔다.
정부가 노인 복지제도의 기준 연령을 올리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인복지법상 각종 복지제도에서 노인으로 보는 연령은 만 65세인데 기초연금과 지하철 경로 우대,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등 다수 제도가 만 65세 이상이 대상자로 이 기준을 상향할 경우 사회안전망의 기본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대로 조정될 경우 각종 고용·복지제도의 노인 연령기준은 정년(고령자 고용법)의 경우 현행 60세에서 향후 65세로, 건강보험(노인외래정액제)도 65세에서 70세로, 국민연금 62~65세에서 67세로, 기초연금 65세에서 그 이상으로, 지하철 경로 우대(노인복지법)도 65세에서 70세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때문에 노인 연령을 상향하고 각종 복지제도의 기준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계속돼왔다.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될 당시 노인인구 비율은 전체의 4% 수준이었지만, 2017년 14%를 넘어서면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60년엔 4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서울시를 비롯한 6개 광역자치단체는 노인들의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때문에 수천억의 손실을 본다며 경로 우대를 받는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국민연금제도 개선안 마련 과정에서는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7세까지 늦추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실제로 노인 연령이 상향 조정될 경우 노인층의 반발과 저항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노인 연령기준 상향 조정을 위해 물밑 작업을 시작한 상황이다. 이달 5일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출범됐다.
앞서 지난 1월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노인 기준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노인 연령을 만 70세로 올리면 2040년 생산가능인구가 2943만명에서 3367만명으로 늘어나고, 고령인구 비율은 8.4%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5년간 추가로 6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보장성 강화에 기존 예산까지 포함하면 5년간 모두 41조6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2021년까지 모든 MRI와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을 추진한다. 1세 미만 영유아가 외래 진료를 받을 때 본인 부담을 절반 이상 줄이고, 난임치료 건강보험 적용도 확대한다.
아울러 건보 재정 안정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연평균 3.2%씩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또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내년 11월부터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연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등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의료비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노인 외래 정액제 대상 연령을 70세로 조정할 계획이다.
정윤순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우리 주변 여건을 보면 무엇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인구 고령화, 이런 부분에 저희가 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빈곤율(46.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5%)의 3.7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에서 노인 연령 상향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노인 연령 상향으로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노인 빈곤층이 약 180만명에 가까운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인 연령기준을 올릴 경우 저소득 노인의 소득 공백이 가장 우려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제도적 보완책이 병행돼야 하며, 일률적으로 복지제도를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늦추기보다 혜택별로 수급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