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낮엔 봄기운이 완연한 계절. 환절기는 노인들이 특히 건강에 유의해야 하는 때다.
 
환절기엔 자연의 흐름이 급격하게 변한다. 몸은 계절마다 적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겨울에 적응돼 있던 몸이 봄이라는 계절 변화에 적응하려면 새로운 시스템으로 서서히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계절 변화에 적응 속도 느려 질병·안전사고에 더 쉽게 노출  

낮잠·햇볕 쬐기·반신욕 등 좋아!  미지근한 물·과일 자주 섭취해야!  취미·봉사 활동, 대화로 활력을!  

폐렴·대상포진 예방접종도 '꼭' 

한의사 김영호(부산시한의사회 홍보 이사) 씨는 "젊은 사람은 그 과정이 빨리 진행돼 스스로 느끼지 못하지만 노인은 전환 과정이 느리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환절기 보내기가 힘들어져 환절기 건강 관리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적응 과정엔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면역력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환절기에 노인들이 감기나 잔병 치레를 자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환절기에 피로가 쌓이고, 수면 부족이 계속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이 올 수도 있다. 해외여행 등은 환절기를 피하는 게 좋다.

겨우내 실내에 움츠려 지내고 운동을 하지 않다가 봄이라고 갑자기 야외활동을 많이 하면 관절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집안에 변화를 주려고 가구나 화분 등을 옮길 경우 급성 염좌(담 결림)나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환절기. 몸이 서서히 적응할 수 있게 하려면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천천히, 자연스럽게' 일상속 건강 관리법 
'무엇이든 천천히 점진적으로. 의욕이 앞서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노인 건강 관리법의 핵심은 이것이다.  

환절기에 적응하느라 많이 쓰게 되는 체내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의 시간이 길지 않은 노인들에게 낮잠은 아주 좋은 피로회복제다. 낮잠을 자면 밤잠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30분 내 낮잠은 밤 숙면을 오히려 도와준다. 다만 저녁식사 후 깜빡 잠드는 저녁잠은 제대로 된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햇빛은 수면을 유도해 수면시간이 짧아진 노인들의 수면의 질을 향상 시킨다. 또한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들의 뼈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선크림을 바른 후 하루 1시간 이상 햇빛을 쬐며 천천히 산책을 한다면 보약이 따로 없다. 체온보다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하는 것도 면역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과일을 먹어야 소화기능 유지에 좋다. TV에서 특정 음식이 몸에 좋다고 권하는 건강 프로그램을 봤다고 해서 당장 낯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보다 평소 익숙한 음식과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더 좋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 
노인건강체조 발표회에 참가한 노인들. 부산일보DB
환절기일수록 체내의 면역력 향상을 위해 마음 관리가 필요하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질병에 대한 스트레스가 늘 있는 노인들은 혼자 지낼수록 우울해진다.

친구들과 자주 대화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늘려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 맺기에는 편안한 대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 취미 활동이나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존감이 높은 노인들이 건강하다. 심리학자들은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고 한다. 한 방의 큰 행복보다는 일상속 소소한 행복이 많아질수록 사람은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외로움은 만병의 근원이다.  

■예방이 최고의 건강관리 비결 

미세 먼지가 많은 봄철엔 호흡기 질환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방 접종은 면역력 증진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가정의학 전문의 전영배(한빛메디컬의원장) 씨는 "환절기인 9, 10월에 독감예방접종을 하는 것처럼 호흡기 감염에 주의해야 하는 요즘은 폐렴 예방접종을 하고, 면역력 떨어진 노인들은 대상포진 예방주사도 맞는 게 좋다"고 권했다.  

부산일보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