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협회 국제심포지엄에는 매번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4000여명의 전문가가 모인다. 그만큼 어느 나라나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2주 전 미국 워싱턴DC에서 심포지엄이 있었는데, 중대한 이슈 중 하나가 치매 예방이었다. 여러 연구에서 나름대로 예방법을 통해 치매 환자 발생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들이 수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방을 잘하려면 발생 원인을 잘 알아야 한다. 최근 십수년간 서구 선진국에서 치매 환자가 급속히 늘어난 데에 여러 분석이 나왔다. 첫째 이유는 고령 인구의 증가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살아왔느냐 하는 것이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젊은 시절 세계대전을 겪으며 제대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고, 적절한 영양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령화돼 치매 발생률이 급속히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의 일부 지역과 나라에서는 놀랍게도 치매 발생률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 이는 교육 수준 향상과 영양 상태 개선 덕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치매 발생을 낮추려면 역설적으로 건강하고 똑똑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알려진 바와 같이 치매는 질병 이름이 아니라 단지 증상이고 치매는 수많은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치매 발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누구한테 언제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완벽한 예방은 현재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발생해도 더 늦게, 더 가볍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인터넷이나 일부 매체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약물과 성분들이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모든 전문가가 인정하는 유일한 예방법은 정해져 있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활동성을 높이는 것이다. 운동으로 몸을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생각을 많이 하고 항상 머리를 쓰고,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등 뇌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가족과 친구들과 어울려서 시간을 보내는 사회적 활동을 늘려야 한다. 이 세 가지 중 가장 높은 효능을 보이는 것은 신체 운동이다.

운동은 뇌 혈액과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 뇌 기능을 높인다. 운동이 뇌 세포 퇴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입증되고 있다. 이를 통해 운동은 기억력과 학습력, 집중력과 판단력을 높여준다. 뇌에 침착하여 치매 증세를 일으키는 신경 독성물질 베타아밀로이드도 감소시킨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노인들의 뇌는 뇌용량과 모양에 위축이 작다. 운동 자체가 스트레스를 경감하고, 뇌 전달물질의 생성과 신경세포의 활성도를 증가시킨다. 임신 중 산모의 운동이 태아의 미래에 퇴행성 뇌질환 발생을 줄일 수도 있다고 하니 운동이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이다. 80세에 운동을 시작해도 노화 방지와 치매 예방의 효가 있으니, 치매가 걱정된다면 당장 몸을 움직여라.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04/2015080400368.html,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