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의사선생님] [김상윤 교수의 뇌 이야기]

인지기능 검사 결과 정상이지만
스스로 기억력 감퇴 느끼는 경우 '주관적인지장애' 환자로 판단
증상 초기, 진단 힘들 수 있으나 알츠하이머 질환 초기일 수 있어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 박사와 이 박사는 대학교 동기 동창으로 각자 다른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년을 몇 개월 앞두고 있던 둘은 같이 등산을 하다가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진다고 생각되어 퇴직 전에 검사를 같이 받기로 했다. 병원에서 한, 두 사람의 인지기능 검사는 모두 정상 범위에 포함됐다. 하지만 김 박사는 스스로 기억장애를 호소했고, 아내가 보기에도 예전에 아주 좋았던 기억력이 최근 조금 감소한 것 같다고 했다.

김 박사처럼 스스로 기억력 저하를 의심하여 검사를 받았으나 인지기능이 모두 정상으로 평가된 경우를 '주관적인지장애'라고 한다. 자신은 틀림없이 예전보다 기억력이 안 좋아진 것으로 여기나 자세한 신경심리검사 결과는 정상 범위에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에 대한 인식이 낮아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에 왔으나, 요즘은 이처럼 증상이 너무 가벼운 초기에 오거나 본인이 기억력 장애를 스스로 호소하며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되레 진단이 힘들 수가 있다.

과거에 주관적인지장애 환자들은 실제 인지기능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나 불안증, 우울증, 스트레스, 과로 등으로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로 여겼다. 검사 시에는 나름대로 집중하기 때문에 자신의 인지기능이 제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심리적인 이유나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집중을 잘할 수 없어 예전보다 기억력이 떨어진 것처럼 생각되는 경우라 여겼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주관적인지장애로 판단된 환자의 일부는 실제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환의 아주 초기일 수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주관적인지장애로 판단된 환자의 일부는 실제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환의 아주 초기일 수 있다. /Getty Images Bank

인지기능 정상이라는 의미는 같은 나이와 같은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들의 인지기능 측정치 평균 내에 있다는 것이다. 과거 특별하게 뇌기능이 좋았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저하되어도 정상 범위에 있게 되는데, 이런 경우 본인은 기억장애나 인지기능의 장애를 느끼지만, 신경심리검사에서는 인지기능이 정상이라고 평가된다.

김 박사와 이 박사는 정년 퇴임 후 2년 뒤 다시 검진을 받았다. 아무 문제가 없던 이 박사는 여전히 인지기능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기억력 장애를 호소했던 김 박사의 인지기능은 예전보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조금 감소하여 경도인지장애로 판단됐다. 주관적인지장애가 의미 있는 신호였던 것이다.

김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뇌 침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과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받았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로 진행된 것으로 진단됐다. 김 박사는 임상연구에 참여하여 베타아밀로이드 생성과 침착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새로운 약물을 복용 중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생활, 만성 질환 관리, 우울증을 막고 뇌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적절한 사회활동 등을 하면서 인지기능의 저하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13/2015101300384.html, 조선일보